여러 나라 호텔 카지노 돌아다닌 뒤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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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시작한 건데, 어느새 여행 일정 짤 때 호텔 카지노부터 보게 됐습니다. 딱 잘 정리된 후기는 아니고, 그냥 기억나는 장면들 던져놓는 느낌으로 적어봅니다.
1. 마카오 & 홍콩 – 화려한 곳에서 멍청해지는 기분
마카오 처음 갔을 때는 Venetian이랑 Galaxy 위주로 돌아다녔습니다. 체크인하자마자 방도 제대로 안 보고 바로 카지노층 내려갔는데, 공기부터 다르더군요. 슬롯 존에서 100HKD짜리 넣고 아무 생각 없이 버튼만 눌렀는데, 옆자리 아저씨가 갑자기 제 화면 쳐다보면서 고개 끄덕이길래 뭐가 된 줄 알았습니다. 결국 잔잔하게 잃기만 했고요.
마카오 Wynn에서는 바카라 테이블에 잠깐 앉았다가, 최소 베팅 단위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들어가서 첫 판부터 식은땀 났습니다. 바로 옆에 앉은 할머니가 연필로 메모지에 결과 일일이 적고 있었는데, 제가 따라가 보려다가 두 판 만에 접었습니다. 괜히 옆에서 기침만 자꾸 나더군요.
홍콩에서는 본격 카지노보다는, 침사추이 쪽 사설 테이블 소개받아서 잠깐 들렀습니다. 입구부터 약간 긴장되는 분위기였고, 안에 들어가니 포커 테이블 몇 개랑, 이름 모를 게임들이 섞여 있더군요. 환전할 때 칩 개수랑 금액 다시 물어봤는데, 안내하던 사람이 귀찮다는 표정 숨기지도 않아서 괜히 더 조용해졌습니다.
2. 필리핀 – 마닐라 호텔 카지노 특유의 느슨함
마닐라 City of Dreams에 묵었을 때는 비행기에서 제대로 못 자서 눈이 꾸벅이는 상태로 카지노층을 걸었습니다. 블랙잭 테이블에 앉았는데, 딜러가 잡담 섞어가며 계속 말 걸어서 집중이 안 되더군요. 옆자리 현지인 둘이 서로 카드 결과 보면서 반응 크게 해서, 내 카드 숫자도 다 들통난 느낌이었습니다.
Okada에서는 룰렛 위주로 돌렸습니다. 칩 조금씩 나눠서 색깔별로 여기저기 올려두고 있다 보니, 결과 확인하는데만 정신이 빠져버리더라고요. 한 번은 딜러가 제가 올려둔 칩 위치 헷갈려서, 서로 손가락으로 위치 가리키며 정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주변에서 기다리던 사람들 한숨 섞인 웃음 소리도 들렸고요.
3. 미국 – 라스베이거스의 끝없는 소리
라스베이거스에서는 Bellagio랑 MGM Grand 위주로 다녔습니다. 블랙잭 테이블이 너무 많아서 어떤 딜러가 그나마 말투가 부드러운지, 누구를 골라야 덜 피곤한지 파악하는 것도 일이더군요. 한 번은 앉자마자 바로 옆사람이 “오늘 목표 있냐”고 묻길래, 그냥 웃으면서 고개만 저었습니다. 목표라기보단, 빨리 방에 올라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거든요.
저녁에 Caesars 쪽 포커룸에 구경 삼아 들어갔는데, 테이블마다 긴장감이 다르게 돌아가더군요. 노리던 테이블 자리가 안 나서, 대기 리스트에 이름만 올려두고 30분 정도 로비를 어슬렁거리며 사람들 칩 쌓인 거 구경만 했습니다. 결국 내 차례가 왔을 때는 이미 집중력 바닥이라, 두 세션 돌고 그냥 나왔습니다.
4. 유럽 – 반쯤 관광지, 반쯤 진지한 공간
유럽에서는 모나코 Casino de Monte-Carlo랑, 동유럽 쪽 작은 카지노 몇 군데 들렀습니다. 모나코에서는 드레스 코드 때문에 입구에서 잠깐 막혔습니다. 신발이랑 상의는 괜찮다 했는데, 바지가 너무 캐주얼하다고 하더군요. 근처 상점에서 대충 골라 산 바지로 갈아입고 다시 들어갔습니다.
안에 들어가서는 금액을 크게 걸 엄두가 안 나서, 테이블 한 바퀴 돌면서 구경만 하다가 룰렛에 조그만 금액만 올려봤습니다. 관광객 티가 제대로 나서, 딜러가 느릿하게 규칙 다시 설명해줄 때 약간 민망했습니다. 동유럽 소도시 카지노에서는 영어가 잘 안 통해서, 칩 교환할 때 손가락으로 개수 세면서 맞춰야 했고, 카드 게임 규칙도 현지식 변형이라 두 판만에 포기했습니다.
5. 동남아 – 캄보디아, 베트남, 싱가포르
캄보디아 프놈펜 쪽 NagaWorld 갔을 때는, 호텔 로비랑 카지노 층 공기 차이가 확 느껴졌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음악이랑 기계 소리, 담배 냄새가 섞여서 머리가 약간 띵해지더군요. 여기서는 바카라 미니멈이 생각보다 낮아서, 작은 금액으로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뭔가 딱 맞게 이기고 지는 느낌이라, 수익은 거의 없는 대신 긴장감만 계속 이어졌습니다.
베트남 다낭 근처 리조트 카지노는 입장할 때 여권 검사부터 해서 조금 더 관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거기서는 슬롯보다는 전자 테이블 게임에 사람이 몰려 있더군요. 버튼식 바카라 기계에서 옆사람이 계속 화면 두드리면서 “이거 잘 먹힌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결과는 둘 다 비슷하게 잃었습니다.
싱가포르 Marina Bay Sands에서는, 입장료도 내야 하고 입구 보안도 빡빡해서 분위기부터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안에 들어가니 테이블이 촘촘하게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딜러들이 동선 맞춰 움직이며 교대하는 모습이 묘하게 질서정연했습니다. 블랙잭 한 테이블에서 외국인 셋이랑 같이 앉았는데, 옆사람이 계속 기본전략 얘기하며 “여기선 히트, 여기선 스탠드”라고 소곤거리길래, 그냥 그 말 반 정도만 참고했습니다. 나중에 계산해보니, 그때 과감히 히트했으면 살았을 손이 몇 개 있더군요.
6. 사설 도박장 – 홀덤펍의 공기
해외보다 기억에 남는 건, 오히려 동네 홀덤펍이었습니다. 지하에 있는 작은 곳인데, 입구에서 신분증 확인하고 들어가면, 안쪽엔 칩 냄새, 테이블 매트 냄새, 사람들 말소리가 한꺼번에 섞여 있습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노리밋 텍사스 홀덤 캐시 테이블에 앉아서, 프리플랍에서 괜히 겁나서 콜만 눌렀다가 플랍 이후에 애매하게 끌려다니다가 칩만 깎였죠.
그날 마지막 핸드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중간 포지션에서 괜찮은 패가 들어와서, 플랍에 맞고 턴까지 가면서 계속 배팅했는데, 리버에서 상대가 느닷없이 올인. 표정은 아무 변화 없고, 제 앞에 있는 칩 스택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계산기를 머릿속으로 굴려보다가,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고 카드를 던졌습니다. 딜러가 “폴드”라고 말하는 순간, 주변 사람들 몇 명이 제 카드 슬쩍 보려고 고개를 기울이더군요.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어서, 그냥 얼굴만 굳힌 채 자리 정리하고 나왔습니다.
7. 정리 아닌 정리
여러 나라 호텔 카지노, 사설 도박장까지 다녀보니, 결국 남는 건 숫자보다는 장면들인 것 같습니다. 어디서는 룰렛 공이 도는 소리, 어디서는 칩이 테이블에 부딪히는 소리, 어디서는 딜러가 무표정하게 외우듯이 말하는 멘트들.
다시 가게 된다면, 큰 판을 노리기보다는 조용한 테이블 하나 찾아서, 천천히 공기만 좀 느끼다 나오는 쪽을 고를 것 같습니다. 그런 식으로 머리를 비우러 가는 장소로 남는 편이, 이상하게 저한테는 더 맞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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