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나라 호텔 카지노 돌아다니며 느낀 분위기 차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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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지난 몇 년간 다녔던 호텔 카지노들이랑 소규모 도박장들 기억을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가는 이유는 대단한 건 없고, 출장이나 여행 중에 밤에 할 일 없으면 내려가서 잠깐씩 구경하고, 테이블 하나 잡아서 소액으로 오래 버티는 스타일입니다.
가장 먼저 기억나는 건 마카오의 Grand Lisboa였어요. 밤비행기로 도착하고 짐만 대충 풀고 바로 내려갔는데, 안에 들어가자마자 공기부터 꽉 막히는 느낌이었습니다. 룰렛이랑 바카라 테이블이 붙어 있는데, 옆자리 중국 분이 계속 같은 숫자에만 크게 걸다가 딱 한 번에 터뜨리고, 칩을 팔짱끼듯 껴안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라고요. 저는 그냥 소액으로 블랙잭 했는데, 딜러가 한 번에 21을 세 번 연속으로 맞추는 바람에 한 시간 동안 버틴 거 다 털리고, 그날은 방에 올라와서 미니바 물만 마시고 바로 잤습니다.
필리핀 마닐라 쪽 Okada Manila 갔을 땐 분위기가 좀 달랐습니다. 로비에서 카지노 구역 들어가기 전에 보안이 짐 스캔을 하고, 안에 들어가면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보다 그냥 조용히 슬롯 머신만 두드리는 사람이 더 많았어요. 저는 친구랑 같이 가서 Three Card Poker 테이블에 앉았는데, 딜러가 초보냐고 물으면서 설명을 꽤 친절하게 해주더군요. 옆에 앉아 있던 현지인 아저씨는 손패를 보여주면서 여기선 이 정도면 그냥 콜해야 한다고 손짓으로 알려주고, 저는 그 판에서 운 좋게 스트레이트가 나와서 처음 산 칩 정도는 건졌습니다. 그날 밤엔 욕심 안 부리고 그대로 현금 바꿔서 끝냈어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선 Bellagio랑 MGM Grand 두 군데를 가봤는데, MGM에서는 스포츠북 앞 큰 화면에서 경기 보면서 베팅하는 사람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베팅보단 홀덤 캐시게임이 궁금해서 룸에 들어갔는데, 최소 바이인이 생각보다 높아서 살짝 긴장했어요. 처음 앉자마자 딱 중간 정도 포지션에서 AQ suited가 들어와서 평소보다 조금 크게 레이즈를 했는데, 버튼이랑 빅블라인드에서 콜이 붙었습니다. 플랍에서 탑페어가 떠서 계속 따라가다가 리버에서 상대가 크게 올인해서 고민하다가 결국 폴드했는데, 손 던지니까 옆자리 로컬이 잘 참았다며, 여기선 저렇게 크게 치면 거의 다 맞췄을 때라고 귀띔해주더군요. 그 얘기 듣고 괜히 더 위축돼서 조금 하다가 그대로 나왔습니다.
싱가포르의 Marina Bay Sands는 애초에 관광지 느낌이 강해서, 복장도 신경 좀 쓰고 갔어요. 카지노 입구에서 여권 확인하고 입장했는데, 안쪽 테이블은 생각보다 여유 있었고, 전자 테이블도 많았습니다. 여기선 그냥 기계식 룰렛만 조금 했어요. 칩 대신 화면 터치로 베팅하다 보니 손에 감각이 잘 안 와서, 실감이 덜 나는 대신 베팅을 자꾸 키우게 되더군요. 결국 거기서 그날 예산의 절반을 날리고 정신 차리고 나왔습니다. 나와서 전망대 올라가서 야경 보면서 ‘이 돈이면 저녁을 좀 잘 먹을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슬쩍 들긴 했고요.
유럽에서는 체코 프라하 쪽의 한 호텔 내 카지노랑, 독일 소도시에 있는 조용한 카지노에 가봤습니다. 프라하의 작은 호텔 카지노에선 테이블이 한 다섯 개 정도밖에 없었는데, 다들 5유로, 10유로로 소소하게 하더라고요. 거기선 블랙잭을 했는데, 옆자리 관광객이 계속 히트/스탠드를 헷갈려서 딜러가 손가락으로 카드를 가리키며 천천히 물어봐주는 게 좀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일 쪽에선 드레스 코드가 있어서 셔츠 깃을 괜히 다시 세우게 되더군요. 룰렛 바닥에 떨어진 칩을 직원이 하나하나 줍는 모습이, 마카오 쪽의 정신없는 분위기랑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캄보디아 국경 근처 Poipet 일대에 있는 카지노를 들렀을 땐, 딱 들어가는 순간 공기부터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식 호텔 카지노라기보단 국경 넘어온 사람들 상대로 한 복합 단지 같은 느낌이었는데, 안에서 환전하는 사람들, 버스 타고 바로 내려온 단체 손님들, 테이블에 노트북 펴놓고 뭔가 기록하는 사람들까지 섞여 있었어요. 저는 거기서 바카라를 몇 핸드 해보다가, 딜러가 카드를 꽉 구기듯이 열어보는 걸 보고 그냥 금세 흥미가 떨어져서 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새벽인데도 사람들 왔다 갔다 하는 게, 약간 시간 감각이 사라지는 장소 같더군요.
베트남 다낭 쪽 리조트 안 카지노는 외국인만 입장 가능해서 그런지 좀 한산했습니다. 저는 주로 슬롯을 돌리면서 시간 떼우다가, 전자식 바카라 화면에 앉아서 소액으로만 눌렀습니다. 옆자리에서 한국어가 들려서 보니, 신혼여행 온 커플 같았는데, 한쪽이 계속 잃으니까 둘이 작은 목소리로 내일 일정 줄이자고 얘기하는 게 들렸습니다. 그 말 들으니 저도 괜히 그날 계획한 액수에서 딱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따는 타이밍에 바로 일어났어요.
홍콩에서는 예전처럼 시내에서 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아서, 결국 별도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 카지노 자체를 따로 가지는 않았고, 대신 그 근처 지역에 있는 사설 홀덤 게임 얘기를 여기저기서 들었습니다. 보안 문제랑 자리 세팅이 불규칙하다는 말이 많아서, 결국 안 가는 쪽으로 마음을 정리했죠.
한편, 한국에서는 정식 카지노 말고 소규모로 운영되는 홀덤펍 몇 군데를 가봤습니다. 회사 끝나고 구로 쪽에 있는 곳을 들렀는데, 처음엔 무료 대회 형식이라고 해서 가볍게 앉았습니다. 칩은 무료로 주는데, 리바이랑 애드온 때 음료나 안주를 주문하면 추가로 칩을 얹어주는 방식이라, 결국 소비가 점점 늘어나는 구조더군요. 중간에 올인 상황에서 JJ로 콜을 했다가 리버에서 상대 AQ에게 역전당하고, 테이블에서 다 같이 탄식하는 분위기가 나왔습니다. 실질적으로 현금이 직접 오고 가지는 않지만, 칩이 빠르게 줄어들면 괜히 손에 땀이 나고, 눈치 보면서 또 음료를 추가로 시키게 되는 구조라서, 몇 번 가보고는 거리를 조금 두게 됐습니다.
전체적으로 나라별로 분위기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느낀 건 ‘어차피 오래 앉아 있으면 결국 집이 이긴다’는 겁니다. 밥 먹을 돈이랑 숙박비는 따로 빼놓고, 그날 한 번에 써도 괜찮을 만큼만 포켓에 넣고 내려가는 게, 지금까지는 그나마 제일 덜 후회 남는 방식이었습니다. 가끔 운 좋아서 호텔 비용 정도 벌었다고 좋아한 날보다, 정해둔 선에서 손 털고 방으로 올라와서 샤워하고 자는 날이, 나중에 돌아보면 더 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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