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나라 카지노 찍먹해본 솔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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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에 한 번쯤은 제대로 카지노 가보고 싶어서, 출장 겸 여행 다니면서 틈틈이 들른 곳들 정리해봅니다. 전문 도박러도 아니고 그냥 구경+소액 베팅 위주였어요.
1. 마닐라 솔레어 리조트 & 카지노
필리핀 출장은 늘 마카티 쪽에서만 지냈는데, 이번엔 주말 끼고 솔레어 한 번 들렸습니다. 로비 들어가자마자 에어컨 냄새랑 특유의 담배 냄새 섞인 공기가 확 들어오더군요. 평소에 바카라 영상으로만 봤지, 실제로 테이블 앞에 앉아보는 건 처음이라 딱 3,000페소만 환전해서 미니바카라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처음 두 판은 그냥 딜러 따라가며 작은 금액만 걸었고, 세 번째 판에서 옆자리에서 계속 플레이어에 몰빵하던 현지인 아저씨가 “이번엔 뱅커야”라고 툭 던지길래 괜히 같이 뱅커에 걸었는데, 그게 또 맞으니까 잠깐 사이에 괜히 동지의식 생기더군요. 다만 거기서 더 안 일어났어야 했는데, 한 번 더, 한 번 더 하다가 결국 처음 넣은 돈만 겨우 지키고 그냥 빠져나왔습니다.
2. 마카오 시티 오브 드림스
마카오는 예전에 한 번 가보고 이번이 두 번째였는데, 분위기는 여전히 묘하게 신나면서도 묵직합니다. 시티 오브 드림스에서 슬롯머신 위주로 놀았어요. 최소 베팅이 낮아서 부담 없이 눌러보긴 좋은데, 옆자리 중국인 아주머니가 계속 큰 소리로 이야기하면서 버튼을 쾅쾅 누르는 바람에, 괜히 경쟁심도 아닌 이상한 신경전이 생깁니다.
한 번은 같은 기종 기계가 세 대 줄로 서 있는 구역에서, 제가 앉았던 기계에서 30분째 잔잔하게만 나오길래 지겨워서 다른 자리로 옮겼는데, 제가 비운 자리로 어떤 아저씨가 앉더니 5분도 안 돼서 꽤 큰 보너스를 띄워버리더군요. 그 화면을 옆에서 보고 있으니 진짜 자리 복도 운이라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모니터만 멍하니 보고 있다가, 괜히 물 한 잔 더 마시고 나왔습니다.
3.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미국 출장이 잡히면서 하루 반나절 시간 비어서, 무리해서 베가스까지 한 번 찍었습니다. MGM 그랜드는 생각보다 카지노 구역이 넓어서 처음에는 그냥 길 잃기 딱 좋더군요. 여기서는 블랙잭만 조금 했습니다. 최소 베팅 싼 테이블 찾느라 한참 돌아다녔네요.
딜러가 꽤 친절한 편이어서, 기본 전략 잘 몰라도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힌트 비슷하게 주더군요. 앞에서 12 들고 고민하니까 “집 규정상 딜러는 17 이상 무조건 스탠드니까, 네가 선택해. 하지만 이 상황에선 많은 사람들이…” 하면서 말 끝을 흐리는데, 그게 사실상 힌트라서 그대로 따라갔습니다. 덕분에 소소하게 100달러 정도 이기고 나왔는데, 나오는 길에 룰렛에 잠깐 꽂혀서 50달러를 그대로 태워버렸습니다. 이긴 돈을 오래 들고 있는 성격은 아닌 듯.
4. 유럽, 몬테카를로 카지노 드 몽테카를로
유럽 출장은 아니고 그냥 휴가 때 들른 곳입니다. 입구부터 약간 격식 잡힌 느낌이라,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왔으면 입장도 못 했겠다 싶더군요. 안쪽 인테리어가 워낙 화려해서, 처음 30분은 그냥 구경만 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룰렛이랑 작은 금액의 텍사스 홀덤 테이블 구경 정도만 했어요. 룰렛 테이블 앞에서, 프랑스어와 영어가 뒤섞인 소리들 들리는데, 숫자판 위에 칩들이 촘촘히 놓이는 게 마치 다들 자기만의 습관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냥 안전하게 외곽 베팅 몇 번만 하다가, 한 번은 옆에 서 있던 중년 부부가 같은 칸에 같이 칩을 올리자고 손짓해서, 같이 검정에 걸었는데 그때만 딱 빨강이 나오는 바람에 셋이 동시에 허탈하게 웃고 말았네요.
5. 캄보디아 프놈펜 NagaWorld
프놈펜 묵으면서 저녁에 심심해서 내려가 본 곳입니다. 여기는 테이블보다 슬롯머신 구역이 더 북적였습니다. 영어도 잘 안 통하는 직원이 많아서, 칩 바꾸는 데 괜히 두 번 정도 되물어봐야 했습니다.
간단하게 드래곤타이거 위주로 했는데, 이 게임은 진짜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손이 자꾸 나가더군요.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말수가 거의 없고, 카드 열릴 때만 살짝 웅성웅성. 한 번은 제가 연속으로 세 번 타이 쪽에 조금씩 걸었다가 다 틀리고, 네 번째 판에 아예 타이 쪽을 포기했는데 그때 딱 타이가 나와서, 옆자리 청년이 제 칩 쳐다보면서 씁쓸하게 고개 끄덕이는 게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했습니다.
6. 베트남 다낭 크라운 플라자 카지노
다낭에서는 낮에는 바다, 밤에는 호텔 안에서만 놀 생각이었는데, 크라운 플라자 안쪽 카지노가 있어서 잠깐 들렀습니다. 입장할 때 여권 확인이 좀 빡세서, 줄 서 있는 동안 괜히 마음이 쪼그라들더군요.
이곳에서는 바카라만 조금 했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이 꽤 많아서, 테이블 한 줄이 거의 한국어만 오가는 분위기였습니다. 누가 먼저 말을 튀어나오게 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이번엔 플레이어 가야죠” 같은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한 번은 다들 뱅커 쪽에 무겁게 들어가는 흐름이었는데, 혼자 작은 금액만 플레이어에 걸었더니 딱 그 판만 플레이어가 나오더군요. 다들 별 말은 안 했지만, 묘하게 주변 시선이 느껴져서 그 판 끝나고 바로 자리 옮겼습니다.
7. 홍콩 인근, 배 위의 카지노 크루즈
홍콩에서 바로 시내 카지노는 없지만, 짧게 나갔다 들어오는 크루즈 배 안에 마련된 작은 카지노를 이용해봤습니다. 공간이 좁아서인지, 슬롯머신 소리랑 사람 말소리, 안내 방송이 한데 뭉쳐서 계속 울립니다.
배가 조금씩 흔들릴 때마다 칩 쌓아둔 게 비틀거려서, 괜히 더 불안해지더군요. 블랙잭 테이블에서, 딜러가 카드 나눠 줄 때 배가 휘청하는 바람에 카드가 살짝 치우쳐 떨어지는 장면도 봤습니다. 그때 서로 눈만 마주치고 별 말은 안 했는데, 다들 한 번씩 웃음 참느라 입술 깨무는 모습이 비슷했습니다. 결과는 그냥 소소하게 잃는 정도였지만, 배 특유의 울렁거리는 느낌이 더해지니 평소보다 집중이 안 되긴 하더군요.
8.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마리나 베이 샌즈는 워낙 유명해서, 카지노에 들어가기 전부터 약간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여기도 입장 시 여권 체크가 철저하고, 안에 들어가면 한국어 안내도 곳곳에 붙어 있어서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는 테이블 게임보다는 일단 구조 구경이 먼저였습니다. 층고가 높아서 그런지, 사람이 많은데도 숨 막히는 느낌이 적더군요. 결국 작은 금액으로 룰렛이랑 바카라만 조금 해봤는데, 룰렛에서 한 번, 그냥 시간 맞춰 나가려고 마지막 판에 “이번에 안 나오면 그냥 잊자”는 마음으로 숫자 하나 찍어 걸었더니 진짜 그 숫자가 나와버렸습니다. 큰 돈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상하게 기분이 풀려서, 그대로 칩을 현금으로 바꾸지 않고 기념 삼아 일부는 토큰으로 남겨왔습니다.
9. 국내 홀덤펍과 사설 하우스 경험
해외만 둘러본 건 아니고, 서울에서 친구 따라 동네 홀덤펍도 몇 번 가봤습니다. 보통 건물 2층이나 지하에 조금 어둡게 꾸며져 있고, 음악 소리가 적당히 커서 카드 넘기는 소리만 또박또박 들리는 분위기입니다.
처음 갔을 때는, 작은 바이인으로 앉아서 그냥 타이트하게만 하려고 했는데, 자꾸 옆 테이블에서 큰 팟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니까 손이 근질근질해집니다. 한 번은 플랍에서 탑페어를 맞추고도 상대가 계속 크게 베팅을 치길래, 괜히 “뭔가 있겠지” 하다가 폴드를 했는데, 쇼다운에서 상대 핸드 공개된 걸 보니 애매한 중간 페어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날 집에 오는 길에 버스 창문에 비친 제 얼굴이 꽤 지쳐 보이더군요. 돈을 많이 잃어서가 아니라, 괜히 겁먹고 제대로 결정 못 내린 느낌 때문에.
한 번은 지인 통해서 “집에서 소규모로 친목겸 하는 하우스”라고 해서 따라간 적도 있습니다. 작은 식탁 위에 매트 깔아놓고, 컵라면 냄새랑 인스턴트 커피 냄새 섞인 방에서 몇 시간째 카드만 돌리다 보니, 이상하게 해외 카지노들보다 이쪽이 더 위험해 보였어요. 딱히 판돈이 크지도 않은데, 서로 눈치 보면서 다시 모일 약속을 잡는 그 분위기 자체가 묘했습니다.
마무리
이렇게 여러 군데 다녀보니, 결국 어디서 하든지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건 비슷했습니다. 조명은 부드럽고, 시계는 잘 안 보이고, 밖이 밝은지 어두운지도 잊게 만드는 구조. 그리고 이기든 지든, 나오는 순간에야 비로소 피로가 몰려온다는 것.
재미를 위해 가는 거라면, 처음부터 잃어도 될 금액만 정해놓고, ‘오늘은 구경하러 간다’는 마음으로 다녀오는 게 제일 편했습니다. 실감 났던 건, 테이블 위 카드보다는, 그 주변 사람들의 작은 행동들, 숨소리, 눈빛이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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