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니다가 들른 카지노들, 남는 건 손맛이랑 피곤함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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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다니면서 심심하면 한 번씩 카지노 들르는 편인데, 이번에는 일정이 좀 길어져서 여기저기 비교하게 됐습니다. 크게 따거나 잃은 건 아닌데, 느낌이 다 달라서 기록용으로 남겨봅니다.
제일 처음 갔던 건 마카오 베네시안. 워낙 유명해서 그냥 한 번은 가봐야겠다 싶었고, 구경하는 사람도 많아서 처음 들어갈 때 좀 덜 긴장됐습니다. 저녁 먹고 방에 올라갔다가, 같이 간 친구가 "밑에 한 바퀴만 돌다 오자" 해서 반쯤 졸린 눈으로 내려갔습니다. 처음엔 슬롯만 몇 판 눌러보다가, 옆에서 한국말 들려서 보니까 바카라 테이블에 단체로 서서 맞장구 치고 있더라고요. 괜히 끼어들긴 그래서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 앉았는데, 딜러가 계속 짧게 웃으면서 카드 돌리는 게 뭔가 기계적으로 느껴져서 한 30분 만에 그냥 나왔습니다. 테이블마다 최소 배팅이 생각보다 높아서, 가볍게 즐기기엔 살짝 부담이었습니다.
그다음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여기서는 낮에 수영장 다녀와서 저녁에만 잠깐 내려갔는데, 입장할 때부터 안내가 정돈돼 있어서 전체적으로 깔끔한 분위기였습니다. 블랙잭 테이블에 앉았더니 오른쪽에 혼자 온 직장인 느낌 나는 사람이 있었고, 왼쪽엔 관광 온 듯한 커플이 앉아 있었습니다. 다들 많이 말하지 않고, 칩만 조용히 움직이는 분위기라 오히려 집중이 잘 됐습니다. 딜러가 손동작이나 규칙을 천천히 설명해줘서, 중간에 헷갈릴 때도 그냥 눈치 보지 않고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한두 번씩만 크게 걸고, 나머지는 잔잔하게 베팅해서 결국 소소하게 플러스 나왔고요. 나오는 길에 테이블에 앉았다가 얼굴이 빨개진 사람들 여럿 봤는데, 다들 비슷한 감정으로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미국 쪽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잠깐 머무르면서 Bally’s랑 Planet Hollywood 쪽을 들렀습니다. 메인 스트립 한가운데라서 그런지 새벽에도 조용할 틈이 없었고, 금요일 밤에는 조명과 소리 때문에 딱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긴장감이 확 올라갑니다. Bally’s에서는 크랩스 테이블에 구경만 할 생각이었는데, 옆에서 있던 사람이 계속 "한 번 던져봐"라고 부추겨서 결국 칩 몇 개 던졌습니다. 룰을 완전히 다 이해한 것도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같이 소리 지르니까 일단 재밌긴 했습니다. 대신 머리가 좀 복잡해져서 오래는 못 버티겠더라고요. Planet Hollywood에서는 홀로 앉아서 비디오 포커를 하다가, 뒤에서 맥주 든 사람이 "그거 요즘 잘 안 나온다"며 자기 경험담을 늘어놔서 애매하게 웃으면서 듣다가 빠져나왔습니다. 혼자 돌아다니면 이런 애매한 대화가 자꾸 붙습니다.
유럽 쪽에선 모나코 몬테카를로 카지노를 기대하고 갔는데, 드레스 코드 때문에 입구에서 한 번 걸렸습니다. 정장까지는 아니어도 되겠지 하고 셔츠에 청바지 입고 갔는데, 직원이 아래를 한번 훑어보고는 살짝 난감한 표정으로 다른 길을 안내해줬습니다. 결국 입장은 했지만, 안에서 분위기가 너무 조용하고 차분해서 도리어 편하게 게임을 못 하겠더라고요. 여기는 테이블보다 구경하는 맛이 더 큰 곳 같았습니다. 한쪽 구석에 앉아서 칩 몇 개만 쓰고 바로 나왔습니다.
동남아 쪽은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캄보디아 NagaWorld에서는 로비부터 시끌시끌했고, 새벽에도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습니다. 여기서는 룰렛 위주로 했는데, 주변에 서서 보던 사람들이 결과 나올 때마다 같이 반응을 해서, 손해를 보든 이득을 보든 혼자만의 기분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세 번 연속으로 같은 색에만 올인했다가 그대로 자리를 떠났는데, 딜러가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다낭 근처 Crown 쪽을, 필리핀에서는 Okada Manila를 들렀습니다. Okada는 시설이 확실히 최신 느낌이라 쾌적했고, 테이블 사이 간격도 넓어서 붐비는 느낌이 덜했습니다. 다만 거기서 괜히 욕심내서 미니 바카라에 오래 앉아 있다가, 애매하게 잃고 나와서 호텔 방에서 괜히 조용해진 기억이 있습니다. 반대로 다낭 쪽에서는 소액으로만 계속 왔다 갔다 해서, 심리적으로는 그쪽이 덜 피곤했습니다.
홍콩에서는 정식 카지노보다는 주변에 있는 작은 하우스 게임 자리를 구경만 했습니다. 지인이 안내해줘서 따라갔는데, 출입구에 앉아 있는 사람이 얼굴을 한 번씩 확인하고, 안에서 현금이 바로 오가는 구조라서 사진 찍는 건 아예 불가능한 분위기였습니다. 그곳에서는 눈치가 너무 보여서, 직접 돈 걸어보지는 않고 옆에 서 있다가 차 마시고 나온 정도였습니다.
국내로 돌아와서는 친구 따라 홀덤펍에도 몇 번 가봤습니다. 강남 쪽 지하에 있는 곳이었는데, 입구에 올라온 음악이랑 안에 있는 공기가 묘하게 다릅니다. 안에 들어가면 칩 부딪히는 소리, 카드 섞는 소리가 계속 나는데, 술보다 그 소리에 더 취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초반에 텍사스 홀덤 핸드를 너무 많이 들어가다가 금방 스택이 줄어들었고, 딜러가 “여기선 조금 더 타이트하게 해보셔도 돼요”라고 말해줬지만 이미 좀 늦은 상태였습니다. 앞에 앉은 사람들 중에는 게임만 진지하게 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수다 떨러 온 듯한 사람도 있어서 공기가 섞여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럽 다시 들렀을 때는 독일 쪽 작은 Spielbank에도 가봤는데, 여기서는 어색하게 영어 섞어가며 딜러와 대화하면서 자동 룰렛에만 앉아 있었습니다. 사람들 시선이 그렇게까지 신경 쓰이진 않았는데, 언어가 완전히 편하지 않으니까 베팅을 단순하게만 하게 되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정리해보면, 결국 어디를 가든지 간에 긴 시간 앉아 있으면 피곤한 건 똑같았습니다. 마카오는 화려하고 시끄럽고, 싱가포르는 정리돼 있고, 라스베이거스는 끝이 없고, 동남아는 사람 온기가 많고, 유럽은 조용히 눌러 앉아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그 사이사이에 사설 하우스나 홀덤펍까지 다녀보니, 결국 남는 건 당장 손에 쥐고 있었다가 사라지는 칩 감각 정도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한두 시간 정도만 가볍게 경험하고 자리를 정리하는 게 제일 덜 후회가 남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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